블로그를 시작할 때 잊어선 안 되는 것
1. 내 포스팅을 팔려고 하지 마라.
예전에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K-일러스트레이션 페어 운영을 도울 때의 경험이다. 4일간 진행된 아트페어 과정에서 다시 한번 확인한 사실은 '팔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음은 4일간 지겹도록 목격한 상황이다.
대부분 사회 초년생들로 이뤄진 작가들은 본인이 만든 일러스트레이션 굿즈가 엄청난 인기를 끌어 소위 '대박'이 나지 않을까 하는 큰 꿈을 가지고 부스를 차린다.
개회 첫날, 생각보다 뜨뜻미지근한 반응에 내심 초라해진다. 이미 팬덤을 확보한 작가의 부스는 유난히 북적인다. 먼발치에서 본인의 부스로 향하는 행인을 의식한다. 너무나 기대되는 마음에 자리에 벌떡 일어난다.
"인스타 팔로우하시면 무료로 스티커 드려요"라며 호객행위를 한다.
그 행인은 굿즈를 슬쩍 보더니 금세 방향을 튼다. 살짝 비참한 마음도 들기 시작한다. 더 큰 목소리로 "인스타 팔로우하시면 무료로 스티커 나눠드려요" 외쳐본다.
'역시 장사는 이렇게 하는 건가?' 싶으면서 흔히 말하는 영업을 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점점 상기된다.
다른 행인이 불쑥 찾아와 인스타 팔로우 인증을 한다. 스티커를 나눠주고 계속 그 행인을 의식한다. 뚫어져라 쳐다본다.
행인은 "오.. 너무 귀엽다" 외마디 외치고 자리를 뜬다.
이와 같은 경우를 너무나 많이 봤다. 본인 작품을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무료 스티커를 나눠준다며 호객행위를 해버린다. 그 행인은 순식간에 작품을 구경하러 온 관광객이 아니라 공짜 스티커를 받으러 오는 '아이'가 된다. 사실 굉장히 난처하다. 먼발치서 봤을 때 구경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들렀지만 마음이 동하지 않을 경우 딜레마에 빠진다.
'무료로 주는 스티커도 받지 않은 채 휙 떠나는 마상 입힌 행인'이 될 것인지 아니면 '그냥 공짜 스티커를 받으러 온 아이'가 될 것인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두 경우 모두 내키지 않는다. 실제로 본인은 단순히 구경을 하러 부스에 접근했다가 이 같은 상황을 매번 맞닥뜨려 감정 소모가 상당했다. 이후에는 부스 근처에 온 건지 아니면 잠시 어디로 갈지 고민하느라 멈춰 섰는지 모르게 애매한 거리를 유지하며 구경했다.
'팔려고' 하지 말고 내 상품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마음 가짐이 중요하다. 누구든 영업을 당했다는 느낌을 받으면 기분이 영 좋지 않다. 상품의 가치에 주목되는 것이 아니라 '상술'에 걸려든 것인지 아닌지를 의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마음 편히 상품을 보고 스스로 이 상품에 가치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
혹자는 그런 마인드로 어떻게 돈을 버냐고 비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시장이란 상당히 매몰차다. 준비한 상품에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는 시장이 말해준다. 안 팔린다면 인정하고 개선하거나 피벗을 하는 게 좋다.
2. '수익'보다는 '가치'를 먼저 고민하자.
티스토리 블로그로 수익을 내는 방법에 대해 여러 유튜브 채널을 시청했다. 구독자 6.77만 명(22.03.02 기준)을 보유한 '리뷰 요정 미남' 채널을 시작으로 그 외 다른 크고 작은 유튜버들의 티스토리 블로그 운영 후기를 살폈다. 대부분의 채널에서 방문자 수를 높이기 위한 키워드 검색 방법, 실시간 검색어 확인 방법 등을 제시하며 블로그 운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노하우를 제공했다.
그러나 이들이 제시하는 노하우는 결국 블로그 '운영을 위한 운영' 방식이다. 이같이 천편일률적인 노하우를 쏟아내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들에게 있어 블로그는 수익을 낼 파이프 라인 중 하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거의 유일하게 '리뷰 요정 미남' 채널에서 다음과 같이 충고했다. "검색에 있어 키워드는 중요하지만 결국 장기적으로 필요한 것은 양질의 글"이라며 "검색에 유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일 뿐, 이게 전부가 되어선 안된다"라고.
사업을 하거나 유튜브를 시작하거나 혹은 블로그를 시작할 때 잊어선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돈'이 앞서선 안된다는 점이다. 수익보다 내 아이템이, 내 포스팅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어떤 '가치'를 창조해 낼 수 있다면 그때 수익은 뒤따라 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단숨에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거니와 실제로 고민해야 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어떤 가치를 제공하겠다'라고 생각한 이들은 이미 대형 블로거가 돼 있거나 혹은 창업의 길을 걷는다. 그만큼 흔치 않다.
따라서 우선 편하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실행하는 편이 좋다. 어떤 심적 부담감을 가진채 블로그 운영을 '일'로 생각한다면 오너십을 잃어버리기 쉽다. 스스로 부담 없이 매일 쓸 수 있는 주제에 대해 써보도록 하자.
무엇이든 처음엔 뒤죽박죽인 것처럼 느껴진다. 머릿속은 혼란스럽더라도 디테일은 이후에 자연히 생기기 마련이다. 무념무상으로 '그냥'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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