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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처세

자기소개서 잘 쓰는 방법 (3가지 원칙)

by 맥북과안경 2022.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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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 쓰는 접근 방식

최근 가까운 후배가 자소서를 봐달라는 부탁을 해 요즘 자소서는 어떻게 쓰이나 하고 봤다. 충격인 것은 아직도 2000년대 초반에서나 볼 법한 고리타분한 자기소개서 양식을 그대로 따왔다는 것이다. 고리타분한 자기소개서라 함은 [저는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나 000한 환경에서 자라왔습니다]는 식의 아무 의미 없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도대체 자신의 태생 환경은 왜 적어내는가? 자기소개서는 맞선의 자리가 아니다. 정말 네 소개를 하라는 게 아니라 당신이 지원한 업무에 얼마나 적합한지 설득해보라는 의미를 가진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 잘 모르는데 이게 뽑는 입장이 돼보질 않아서 그렇다. 본인이 정말 작게나마 사업을 하려고 할 때 동업자를 구하거나 아르바이트 생을 뽑는다고 가정해보면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서류전형에서는 한 번도 탈락해보지 않아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IT 스타트업부터 공기업, 언론사 등등 다양한 업종의 서류전형을 겪어봤으니 내가 하는 얘기를 믿고 따라와도 좋다. 게다가 블로그로 광고 수익을 내고자 하니 허투루 적지도 않았다. 

1. 지원한 직무에 필요한 역량부터 파헤쳐라

20,30년 전만 해도 고스펙이고 나발이고 그냥 학벌 하나만 보고도 뽑았다. 그 이유는 그 당시엔 회사 자체 내에서도 업무 분장이 뚜렷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자기네들도 어떤 업무를 하는데 어떤 특별한 역량이 필요한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지 학벌 좋으면 '어 똘똘한 친구네 합격!' 이런 식으로 채용이 이뤄졌다. 때문에 지원자들도 그냥 자기가 살아온 인생 이야기 거나하게 뽑아내면 그만이었던 것인데 그러나 현대는 전혀 그렇지 않다. 

 

업무는 점점 더 세분화돼가고 해당 업무에 높은 퍼포먼스를 내는 사람들이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통계가 많이 쌓여있다. 따라서 지금은 지원자가 살아온 인생은 솔직히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지원자가 지원한 업무에 맞는 역량을 갖췄는지만 볼 뿐이다. 정확히 말하면 해당 업무 역량이 드러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지를 본다. 가령 영업 업무에서는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고등학생 때나 대학생 때 길거리에서 꽃이라도 팔아본 경험이 있으면, 그리고 꽃을 많이 팔아본 경험이 있으면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든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든 별로 큰 상관이 없는 거다.

 

따라서 자기소개서를 쓰기에 앞서 모든 걸 제쳐 두고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업무에 어떤 역량이 필요한 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야 말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보를 얻어내야 한다. 해당 회사의 해당 부서에 다니고 있는 선후배, 지인이 있다면 좋고 없다면 블라인드, 잡플래닛 어플에서 아무에게나 쪽지라도 보내봐라. 그 업무 하는데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실제로 높은 실적을 내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등등 물어봐야 한다. 하다못해 그냥 해당 부서 직원들 이메일이라도 알아내서 염치 불구하고 정중하게 물어봐야 한다. 그냥 씹히는 경우도 있지만 놀랍게도 대부분 친절하게 대답해주는 경우가 많다. 

2. 내 경험에서 해당 역량을 강제로 끄집어내라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했다면 이제 본인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찬찬히 돌이켜볼 단계다. 대부분이 나는 한 게 없이 허송세월을 보냈다고 생각하는데 누구나 그렇게 생각한다. 특별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나. 합격한 사람들 모두 대단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막상 까 보면 포장을 어마어마하게 한 것뿐이다. 보잘것없이 보이는 경험도 어떤 관점으로 어떻게 해석하고 풀이하냐에 따라 누구도 해보지 못한 경험이 될 수도 있다. 

 

정말 사소한 경험 하나하나 다 적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고등학교 시절 받은 작은 상장이라던가, 개근을 했다거나, 대학교 동아리에 친구를 가입시켰다거나, 군대에서 경례 잘했다고 칭찬받았다거나 하는 정말 사소한 경험 말이다. 옆에서 봤을 때 진짜 뻔뻔해 보일 정도로 말 같지도 않은 경험을 일단은 다 끄집어낸 다음 거기에서 해당 역량을 어떻게 뽑아낼지 고민하면 된다. 자소서 스터디는 이럴 때 필요하다. 그냥 서로 쓴 거 읽어보고 뭐 오타 체크나 해주라고 스터디를 하는 게 아니다.

 

3년 동안 창업해 마케팅만 했던 나도 뜬금없이 메이저 일간지 기자로 전직할 수 있었는데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기자로서 필요한 역량에 내가 했던 수많은 경험들을 억지로 끼워 맞췄기 때문이다. 더 재밌는 건 뽑는 사람도 '이놈이 자기 경험을 포장해서 이러쿵저러쿵 끼워 맞췄구나' 정도는 바로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묘하게 설득력이 있어서 면접에서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묘하게 인사자를 설득시킬 능력이면 그 자체로도 꽤 괜찮은 능력이 될 수 있다. 그놈의 '창의적 인간'이 별거겠나. 다 이런 거다. 

3. 최대한 압축적으로 써라

이제 거의 다 왔다. 문항별로 필요한 역량과 거기에 끼워 맞출 경험들을 추려냈다면 쓰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장담컨대 몇 줄 쓰다 보면 금방 난관에 부딪힐 텐데 막상 써보니 내용이 별로 없는 거다. 그러다 보니 한 문장으로 끝낼 얘기를 괜히 양을 부풀려서 두, 세 문장으로 써 갈기는데 정말 최악이다. 최대한 압축적으로 쓰되 쓸 말이 없으면 1번부터 다시 시작해라. 자소서에 쓸 내용을 넣을 생각을 해야지 부풀릴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보통 잘 쓴 자기소개서를 읽으면 똑같은 분량임에도 내용이 굉장히 풍부하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여러 내용을 압축적으로 꾸역꾸역 담아냈기 때문이다. 

 

문장을 잘 쓰려고 할 필요 없다. 최대한 압축적으로 내용을 풍부하게만 꾸역꾸역 넣어놓으면 그때 첨삭에 의미가 생긴다. 우리가 비싼 돈 주고 자기소개서 첨삭을 받았음에도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이유는 여기 있다. 첨삭자들은 없는 내용을 만들어서 써줄 수 없다. 단지 주어진 재료를 가지고 조금 더 맛있어 보이게 다듬을 뿐이지 맛을 변화시킬 순 없는 거다. 문장 가지고 장난치는 걸로 인사권자나 면접관들을 설득시킬 수 없다. 오히려 조금 투박하더라도 포함돼 있는 내용이 풍부하면 기억에도 오래 남고 궁금증을 품게 되기 마련이다.

 

자소서를 쓴다는 것은 한 번에 쫙 써 내려가는 게 아니라 썼다가 지우고를 반복하는 행위다. 그러다가 종종 아예 다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쓰는 경우까지 포함한다. 오늘 밤에 쓴 글도 내일 아침에 보면 창피하고 부끄럽다. 하물며 자소서는 그것으로 내 직업이 좌우되는데 얼마나 많이 들여다봐야 할까. 서류 제출 하루 전에 급조해서 쓰는 자소서는 가망이 없다. 적어도 2,3주 전부터 계속 썼다 수정했다 지웠다를 반복해야 꽤 읽어줄 만한 자소서가 나올 수 있다.

끝으로

위 과정을 모두 거쳐 자소서를 작성해 제출해보면 그다음 자소서는 훨씬 수월해진다. 인고의 시간을 거쳐 대충 프레임이 만들어졌으니 다른 서류 전형에도 얼마든지 차용 가능하다. 게다가 해당 역량의 조사와 내 경험을 미친 듯이 고민했기 때문에 면접에 가서도 어버버 거릴 일이 확연하게 줄어든다. 내 경험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가지고 논 경험은 면접에서 임기응변이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취업으로 내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나눌 수 없다. 설령 자기소개서 서류에 낙방하더라도 능력 부족이라기보단 대부분 회사와 지원자 간의 시각 차이 때문이니 너무 낙심할 필요도 없다. 회사를 볼 때 연봉이나 복지 등의 덩치 차이로 나누지 말고 어떤 업무를 하는지를 기준으로 나눠서 살펴보면 더 좋다. 어차피 월급쟁이는 다 비슷하다. 이왕 노예로 일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조금 노력해도 성과가 잘 나오는' 적성에 맞는 직업을 골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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